문해교육 지원정책 변화에 대한 현장의 심각한 우려에 귀 기울여야 – 400명 문해학습자들의 간절한 호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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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9일 오후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문해교육 만학도들의 절실한 호소문이 낭독되었다.

“세종대왕님, 한글을 만드신 지 570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에는 시대의 아픔과 제도의 부족함으로 아직도 글을 쓰지 못하는 백성이 많이 있습니다.” “대통령님, 문해(文解)교육은 우리가 누려야 할 인권이며 국민으로서 기본권입니다.” “정부가 한 맺힌 우리들의 학부형이 되어주세요.” 이들은 세종대왕과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상소문’ 형식의 글을 낭독했다.

얼마 전 발표된 교육부 성인문해지원사업 활성화 계획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비판의 소리를 담은 호소문을 낭독한 것이다. 전문협(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 소속기관과 어르신 문해학습자 400여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문해학습지원정책을 보장해 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문해신문고 행사’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못 배운 설움, 외면하는 정부, 우리도 국민입니다’ 라는 표어를 외치며 정부의 문해교육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번 호소문에서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는 지난 3월 7일 정부가 발표한 2016 교육부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 공고문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 하였다. 당해 정책에 대해 그간 희생적으로 문해교육을 실시해 왔던 주역으로서의 민간 단체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겠는가 라는 우려에 목소리가 많았다. 그 것이 금번 행사를 통해 밖으로 표출된 셈이다. 평생교육법 시행령 공고를 통해 발표된 2016 교육부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에 따르면 문해교육 여건 개선 및 질 관리 강화를 위해 국가 및 시·도 단위 문해교육 추진체제를 정비하고 역할을 분담한다는 취지하에 기존의 민간 거점기관이 해왔던 역할을 시·도 광역단위의 거점기관으로 이관하여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로인해 기존 민간 영역 거점기관에 대한 지원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본 기자는 지자체 문해교육 담당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지역의 문해교육 민간기관들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다행히도 정부의 방침을 정확히 알리고, 성인문해지원사업에 신청하는 지역 복지관, 문해교육기관들과 일일이 허심탄회하게 의논하며 사업을 추진한 결과, 지자체에 대한 큰 반발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문해교육 지원사업은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정부 주도사업으로 지자체의 역할은 지역 현장에서 문해교육 정책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것이었기에, 대응투자 50%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변화된 문해교육 지원 정책에 대한 현장에서의 반발과 문제들이 노정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우려들이 이번 호소문 행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표출된 셈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동안 우리의 문해교육 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룩된 것이 아니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문해교육기관과 거버넌스를 구축하려고 노력했고 그로인해 조금씩 조금씩 성장, 발전 되어 왔던 것이다. 이번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가 주관한 행사에서의 호소문 낭독은 그런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 평생교육법이 개정과 함께 지난 10여 년간 정부와 지자체, 민간 문해교육기관들이 함께 일군 문해교육현장을 무시한 채 지난 2월 평생교육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과 ‘2016년 성인문해교육 활성화 계획’이 발표 되었던 것이 화근이었던 셈이다. 극히 현실성이 부족한 정책에서 비롯된 학습자들의 우려와 반발에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의 지자체 시·도문해교육센터 설치 운영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며 학습자들의 호소문 낭독 행사를 추진한 것은 지금까지 문해교육을 담당해 온 민간문해교육기관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민간기관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하고 이들과 협력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관이 주도하는 정책을 세웠다는 점에서 날선 비판을 받은 셈이다.  민간기관들의 협조 없이 문해교육 현장의 수요를 감당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문해교육 추진체제 정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나 그간 문해교육 현장을 일구어 왔던 민간 문해교육기관들과의 역할 분담과 공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금번 행사에서 협회는 “정부의 연간 문해교육 지원액은 기관당 300만~400만원인데 이를 264만여 명 문해학습자의 연간 1인당 지원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만7000원을 지원하는 셈으로, 이는 정규학교의 1.8%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협회가 주장한 문해학습자들에게 문해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기관들의 안정적 학급 운영에 대한 지원체제 마련, 이를 위한 2017년까지 국가재정 30% 이상 증액 요구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매우 필요한 현실적 요구로 보인다.

정부는 고용부(외국인 근로자), 여가부(다문화 가족), 통일부(북한이탈주민), 법무부(재소자) 등 부처 간 협력강화를 통해 문해교육에 대한 전 사회적 협업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들이 나서 지속적으로 문해교육을 위한 현실적 예산 증액을 협의하고 확보하려는 노력이 저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해교육 정책이 바뀌기 전에 한번이라도 정부, 지자체 그리고 문해교육기관들이 함께 모여 공론화의 기회를 가졌더라면 금번과 같은 우려와 현장의 반발을 불식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을 조금만 들여다보고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 지자체의 문해교육기관 간의 합의로운 공감대 형성과 협치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관계자들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정부, 지자체, 민간, 그리고 평생교육학계 등이 문해교육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공조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대정신인 ‘협치의 평생교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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